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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단어도 짝이 있다

우리 속담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짝이 있다는 얘기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단어도 저마다 타고난 속성이 있어 둘을 붙여 놓았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있다. 앞말의 특성 때문에 뒷말의 선택에 제약이 온다고 해서 이런 것을 ‘의미상 선택 제약’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지개’다. “꽃망울이 기지개를 펴는 봄날이다” “벚꽃들이 기지개를 펴고 봄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기지개를 펴고 활기차게 움직여 보자” 등처럼 사용된다. ‘기지개’는 피곤할 때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기지개’ 자체에 ‘펴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의미가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펴다’가 아니라 ‘켜다’와 결합시켜 ‘기지개를 켠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문도 ‘지지개를 켜는’ ‘기지개를 켜고’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앙금’도 이런 단어 가운데 하나다. ‘앙금’은 녹말 등의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층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다 가라앉아 생긴 것이 ‘앙금’이어서 더는 가라앉을 수가 없다.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와 같이 ‘가시다’는 표현을 활용해야 한다.   ‘하락세’도 마찬가지다 “하락세로 치닫고 있다”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하락세’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치닫다’는 위쪽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을 뜻하므로 서로 충돌이 일어난다. “하락세로 내리닫고 있다”나 “하락세로 내닫고 있다”고 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단어 단어 가운데 의미상 선택 우리 속담

2025-02-20

[우리말 바루기] 단어도 짝이 있다

우리 속담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짝이 있다는 얘기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단어도 저마다 타고난 속성이 있어 둘을 붙여 놓았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있다. 앞말의 특성 때문에 뒷말의 선택에 제약이 온다고 해서 이런 것을 ‘의미상 선택 제약’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지개’다. “꽃망울이 기지개를 펴는 봄날이다” “벚꽃들이 기지개를 펴고 봄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기지개를 펴고 활기차게 움직여 보자” 등처럼 사용된다. ‘기지개’는 피곤할 때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기지개’ 자체에 ‘펴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의미가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펴다’가 아니라 ‘켜다’와 결합시켜 ‘기지개를 켠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문도 ‘지지개를 켜는’ ‘기지개를 켜고’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앙금’도 이런 단어 가운데 하나다. ‘앙금’은 녹말 등의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층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다 가라앉아 생긴 것이 ‘앙금’이어서 더는 가라앉을 수가 없다.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와 같이 ‘가시다’는 표현을 활용해야 한다.   ‘하락세’도 마찬가지다 “하락세로 치닫고 있다”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하락세’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치닫다’는 위쪽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을 뜻하므로 서로 충돌이 일어난다. “하락세로 내리닫고 있다”나 “하락세로 내닫고 있다”고 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단어 단어 가운데 의미상 선택 우리 속담

2023-07-24

[아름다운 우리말] 말의 칼, 칼에는 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익숙하게 듣는 표현입니다. 주로 복수를 의미하고, 형벌을 의미합니다. 똑같이 되갚아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는 최소한 똑같이 갚아주기라도 해야 마음이 풀릴 겁니다. 그러나 잘 알고 있듯이 이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사형을 원하지만 사형이 해결책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는 게 힘든 겁니다. 되갚아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풀리는 것은 아니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겁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저는 오늘 ‘칼에는 칼’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 말은 제가 언어에 대해서 생각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입니다. 거친 말을 거친 말로 대처하는 우리를 설명할 때 쓰는 말입니다. 우리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고운 말을 쓰면 상대가 고운 말을 쓸 거라는 교훈이 담겨있습니다. 좋은 속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다른 삶을 삽니다. 주로는 오는 말이 곱지 않은데 어찌 고운 말을 쓸 수 있겠냐는 말을 하는 겁니다. 하는 말보다는 듣는 말에 영향을 받는 삶입니다.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 참 많습니다. 나에게 함부로 이야기하고 나를 비난합니다. 냉소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약을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욕을 하기도 합니다. 말로 상처를 냅니다. 참을 수 없습니다. 오는 말이 이렇게 곱지 않은데 어떻게 고운 응대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나는 칼을 쓰고 싶지 않았으나 상대가 칼을 쓰니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세상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칼이 여기저기서 날아듭니다. 텔레비전을 봐도 칼싸움투성이입니다. 평론가라고 하는 사람, 대변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알고 보면 칼잡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평론가(評論家)인데 진영을 대변합니다. 그러니 칼을 쓸 수밖에요. 대변인(代辯人)은 자신이 속한 곳을 잘 포장하여 내놓는 사람인데, 자신 때문에 자신의 조직을 더 나쁘게 평가하게 만듭니다. 칼을 써서는 대화가 잘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대화에는 칼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언어를 다루는 사람도 비슷합니다. 말이 거칠어졌다거나 말에 차별적 표현이 있다고 강조하는 사람의 글을 보면 냉소적이고, 차가운 경우가 많습니다. 풍자(諷刺)라고 했는데 웃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풍자는 그대로 비수가 됩니다. 풍자에는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상처를 덜 주고 웃으면 깨닫게 하는 게 풍자입니다. 물론 그런 풍자를 들어도 아프겠지요. 자신을 지적하는데 안 아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풍자를 해야 합니다. 덜 아프고 받아들일 수 있는 풍자를 하는 사람은 능력자인 셈입니다.   저는 글을 쓰고 말을 하면서 내 속에 담긴 칼을 봅니다. 날카로운 비판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했던 시간도 떠올립니다. 내가 칼을 쓰면 상대도 칼을 쓸 겁니다. 싸움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상대가 칼을 쓰면 나도 칼을 쓸 것이 아니라 우선은 방패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간을 조금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상대를 비난하고 비판하고 나무라기 전에 내 말의 위험성을 보기 바랍니다. 자칫하면 내 말에 베어 상처가 나고 상대는 더 큰 칼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말은 싸움을 막는 도구이고, 말은 서로를 위로하는 도구입니다. 말을 칼로 쓰지 맙시다. 어렵지만 그게 진리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차별적 표현 우리 속담

202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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